김성혁 (성일고 졸, 연세대 물리학과 정시합격)

꿈을 꾸지 않는 새는 날지 못해

'나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거야? 만족해?'
4월초 캠퍼스를 거니는데 문득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수능을 봤고, 왜 대학에 갔는가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끊임없이 질문이 질문을 만들어냈고
결국은 '나 왜 살아? 뭐 때문에?'라는 질문까지 갔다.

그런 고민을 안고 2-3주가량 끙끙 앓다가 4월 말에 확 자퇴를 했다.
뭔가 저지르고 나니 마음이 후련했다.
그런 반면에 언젠가는 자퇴한 것에 대해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자퇴에 대해 무언가 구실이 필요했다.
그 구실이 없다면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았다.
그래서 찾아낸 명목이 '자아찾기'였다.
그냥 간단히 말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그렇게 재수생활은 시작됐다.

우선은 내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2009 대수능 평균등급은 4등급,
게다가 최소 5개월은 놀려먹고 잦은 술자리로 인해 굳어버린 내 머리.
그렇게 내 상황을 하나하나 적어나가니 허탈했다.
자퇴에 대해 조금 더 고민을 했어야했던 것일까?
워낙 우유부단한 성격 이다보니 금새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렇게 또 다시 끙끙 앓다가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는 것보다는
적어도 책 한 장이라도 더 보자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을 찾았다.
평소에는 읽지도 않던 책이 다시 수험생이라는 위치가 되고나니
너무 재밌게 보였다. 그래서 손에 잡히는대로 아무 책이나 마구 읽었다.
그렇게 두어 달 가량을 읽으니 수필, 소설, 기타 비주류 문학까지 40여권을
읽게 되었다. 그렇게 책을 읽고나니 의구심은 하고 싶다는 열망,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오히려 더 큰 꿈이 생겼다.

그렇게 초여름부터 나의 2차전은 시작되었다.
매일 아침 6시에 도서관으로 가서 10시에 돌아오기로 결심했다.
난 열람실 1번 자리가 좋았기 때문에 새벽에 제일 처음 열람실에 들어가서
내가 불 켜고 주변 정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매일 칼같이 지킨 것은 아니다.
이틀을 잠을 자지 않은 적도 있었고 술을 진창 먹고 다음날 도서관을 못간
날도 있었다. 뭐 2차전을 시작하면서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책은
가까이했고 피아노도 두들기고 음악도 듣고 그림도 그렸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잠을 줄이고라도 했다.
공부는 고3때 사용한 알고리즘 챕터와 교과서를 최대한 활용했다.

언젠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갑자기 2009년 첫 코피가 났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공부하다가 코피 났다고. 그
런데 그 후로 자주 흘릴 때는 하루에 두 번, 적을 때는 일주일에 한번 꼴로
계속 코피가 났다. 몸이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잠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가시간에서 수면시간을 보충한 것이 아니라,
공부시간에서 빼는 바보 같은 짓을 했다. 조금씩 귀가시간이 당겨졌고
아침엔 두눈이 무거웠다. 그렇게 수능을 3개월 남겨두고
또 한번의 슬럼프를 맞이했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내 주변 사람들이 떠올랐다.
가까이는 내 가족부터 친구, 선배, 알고리즘 가족들 모두.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어차피 남은 것은 실전연습이라고 생각했기에
기출/모의고사 문제만 열심히 풀었다. 시간도 정확히 재면서 말이다.
여태까지는 한 문제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부터는
한 문제라도 더 맞추는 것이 중요하게 됐다.
그래서 스스로를 옭아맬 규칙을 하나 정했다.
'오늘 푼 모의고사 오답노트 다 하기 전까진 못자!'라고.
내가 취미생활을 그대로 하기 위해선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간단하다. 다 맞추면 된다. 오답노트 안하면 되니까.
그래서 하나라도 더 맞추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리고 나는 모의고사 점수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냥 중간 점검일 뿐, 수능 성적이 아니라고 믿었으니까.
내 모의고사 점수? 2009 대수능 점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2010 대수능을 봤고 수리에선 딱 한 문제만 틀렸고
다른 영역은 모두 고3 때에 비해 많이 올랐다.
그렇게 끝까지 자신을 믿고 노력한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이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이렇게 지면을 허락해주신
알고리즘 가족 분 들, 읽어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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